2021년 2월 17일 수요일

"양자 컴퓨팅 입문" 요약 - 2장. 기초 양자역학

2.1. 고전 물리학의 한계

고전 물리학은 거시적인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뉴턴의 법칙과 전자기파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멕스웰의 법칙이라는 한 쌍의 기초 위에 세워진다. 1686년에 발표된 뉴턴 운동 법칙은 세 가지다. 제 1법칙에 따르면, 직선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외부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속 움직인다. 반대로 물체가 정지해 있으면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물체는 그대로 정지해 있다. 이 법칙은 흔히 관성의 법칙(law of inertia)이라고 한다.

고전 물리학에서 물체의 상태는 그 위치(position)와 운동량(momentum)으로 설명한다. 뉴턴의 제 2법칙은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평형이 깨졌을 때 가속도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즉, 물체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합한 알짜 힘이 물체에 작용한다. 제 2법칙은 힘과 질량 가속도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다.

힘 = 질량 x 가속도

그래서 어떤 시험에 물체의 초기 상태를 알면 이 물체가 어디로 가고 얼마나 빨리 갈 것인지, 위치와 운동량을 뉴턴의 제 2법칙을 사용해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뉴턴의 제 2법칙은 초기 상태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물체의 동적 변화를 결정하게 해준다.

뉴턴의 제 3법칙은 모든 작용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고 한다. 두 물체가 상호작용할 때 두 물체는 서로 힘을 가한다. 이 두 힘을 작용력(action)과 반작용력(reaction)이라고 한다. 한 물체에 가해진 힘의 크기는 다른 물체에 가해진 힘의 크기와 같고, 방향은 반대다.

19세기 후반까지 물리 법칙은 역학, 뉴턴의 중력 법칙, 전자기를 설명하는 멕스웰의 방정식, 대량의 물체 상태를 설명하는 통계역학에 근거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조건에서 자연을 충분히 잘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법칙이 미시 세계, 즉 개별 원자와 원자를 이루는 입자처럼 아주 작은 세계에는 들어맞지 않았는 데, 위치와 운동량이 그것들의 상태를 설명하기에 알맞은 변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원자 및 아원자 수준에서 고전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여러가지 난제가 드러났다. 이러한 난제에는 흑체 복사(blackbody radiation), 광전 효과(photoelectric effect), 러더퍼드-보어의 원자 모형(Rutherford-Bohr model of atom) 등이 있다.

2.1.1. 흑체 복사

흑체 복사는 고전 물리학의 이론과 실험 사이에 심각한 모순이 있음을 알려준다. 고전 물리학에서 흑체(blackbody)는 입사하는 모든 전자기 복사(electromagnetic radiation)를 흡수하는 물체로 정의한다. 즉, 어떤 복사도 반사하지 않아 검게 보이며, 통과시키지도 않는다.

흑체는 모든 파장의 전자기 복사를 흡수하므로 모든 파장의 전자기 복사를 방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흑체는 복사의 이상적인 방출체이기도 하며, 이러한 복사가 흑체 복사(blackbody radiation)이다.

흑체가 차가울 때는 아무런 복사도 방출하지 않는다. 흑체가 뜨거워지면 복사를 방출하기 시작한다. 방출된 복사의 파장은 흑체의 온도에 따라서만 달라진다. 단위 면적당 방출되는 에너지를 복사의 강도(intensity)라고 한다. 전자기 복사는 전하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기면 발생한다. 흑체가 뜨거워지면 내부의 전자가 무작위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에 따라 전자기 복사가 발생한다.  흑체가 뜨거워질수록 흑체 복사는 성분에 상관없이 적색, 주황색, 황색, 녹색, 청색이 되는 스펙트럼에 따라 변한다.

20세기 초, 영국의 두 과학자 레일리(Rayleigh)와 진스(Jeans)는 흑체 복사 스펙트럼을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두 과학자는 방출된 복사 중에 얼마나 많은 양이 청색광으로 저장되는지, 적색광으로 저장되는지, 또 그외의 빛으로는 얼마나 많이 저장되는지를 알아내는 데 주로 관심이 있었다. 이들을 복사의 강조 w 를 고정된 온도 T 에 대해 진동수 f 의 함수로 설명하는 공식을 도출했다.

ω(, T) ²T  ∝ T/λ²

이 공식은 진동수가 더 작을 때, 또는 파장이 더 길 때 복사 강도가 감소한다는 실험 결과와 일치한다. 그러나 복사 강도는 단순히 스펙트럼의 높은 진동수 쪽에서 점점 더 높아질 뿐이다. 즉, 예를 들어 극도로 높은 UV 진동수, 매우 낮은 파장에서는 복사 강도가 무한대일 것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이러한 계산에 따른 예측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이러한 실패를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이라고 하며, 이로 인해 열역학과 전자기 이론의 기본 개념에 근거해 공식을 도출하는 고전 물리학의 단점이 드러났다.

2.1.2. 플랑크 상수

양자역학은 1900년에 막스 플랑크(Max Plank)가 흑체 복사 스펙트럼에 대한 올바른 설명을 찾아내면서 발전하기 싲가했다. 흑체 복사에 관한 논문에서 그는 복사를 연속적인 파동으로 간주할 필요가 없다고 제안했다. 대신 양자(quanta)라고 칭한 작은 덩어리로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각각의 양자가 복사 진동수 f 에 비례하는 에너지 E 를 가지며, 이때 비례 상수는 h = 6.626075 x 10-34 j·s 라고 추정했다.

E = hf

나중에 이 상수는 그를 기리며 플랑크 상수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2.2. 광전효과

1887년 헤르츠(Hertz)는 진공 상태의 깨끗한 금속판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금속 표면에서 튀어나온 전자는 입사광에 포함된 에너지를 흡수한다. 멕스웰이 주장한 빛의 파동설에 따르면 입사광의 강도가 금속판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수를 결정한다. 그러나 방출된 전자의 에너지는 입사 복사(incident radiation)의 강도와 무관하다. 방출된 전자의 에너지는 입사 복사의 진동수와 관련이 있다. 금속판의 성분에 따라 결정되는 특정 문턱 값보다 진동수가 낮으면 방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몇 년 후 아인슈타인은 빛이 지금은 광자(photon)라고 부르는 광양자(light quanta)라는 양자의 흐름으로 이뤄져 있음을 보였다. 광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질량이 없다. 하지만 광자는 플랑크가 이전에 제안한 양자처럼 E 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지며, 빛의 속도 c 로 이동한다.

E = hf

주목할 점은 이 방정식이 빛의  파동성과 입사성을 결합한다는 점이다. E 는 빛 입자 하나의 에너지인 반면 우변의 f 는 그 빛의 파동성을 가리키는 진동수를 나타낸다. 상수 h 는 앞서 언급했던 플랑크 상수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광자의 운동량 p 는 다음과 같다.

p = E / c

E = hf 이므로 다음이 된다.

p = hf / c

빛의 속도 c = λ · f 를 대입해 파장의 항으로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 = hf / λf = h / λ

금속 표면에서 전자를 쫒아내려면 일함수(work function)라 불리는 최소 에너지 φ 를 소모해야만 한다. 에너지 hf 를 갖는 하나의 광자가 금속 표면의 전자에 흡수된다고 해보자.
1. hf < φ 이면 전자를 쫓아낼 수 없다. 일함수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2. hf > φ 이면 전자가 금속 표면에서 빠져나올 에너지를 갖는다. 추가적인 에너지는 전자가 운동 에너지로 사용한다.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hf = φ +방출된 전자의 운동 에너지 = φ + ½mv²

또는 다음과 같다.

½mv² = hf - φ

위 식에서 m 은 광전자(방출된 전자)의 정지 질량(rest mass)이고, v 는 광전자의 속도이다.

위 방정식은 광전자의 운동 에너지가 입사 복사의 진동수와만 관계가 있을 뿐 강도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인다. 또한 광전자가 방출되는 것은 한 전자가 입사 복사파 전체가 아니라 단일 광자와 상호작용한 결과다.

광전 효과는 빛이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했다. 그때까지는 빛이 파동처럼 움직인다고만 여겼기 때문에 이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2.3. 고전 전자기 이론

전자기 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는 변화하는 전기장이 변화하는 자기장을 만들 때 전자기파가 나타나고, 변화하는 자기장은 차례로 또 다른 전기장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장(field)이란 개념은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물리적 접촉 없이 자연에서 발생하는 힘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각 유형의 힘(전기력, 자기력, 중력)은 고유의 장, 즉 힘이 작용할 수 있는 영역을 갖는다. 그러므로 장은 아무 물리적인 매체 없이 빈 공간을 통해 힘을 전달하는 일종의 매체다. 예를 들어 중력장이나 전기장, 자기장은 각각 질량, 전하, 자석에서 나오는 힘을 전달한다. 혹은 장을 힘의 원천을 둘러싼 공간을 채우는 유체와 같은 연속 물질로 간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하가 전하 주위의 공간에 전기장을 생성하면 이 공간에 들어간 모든 물체는 전기장을 일으킨 전하에 가까울수록 더 강한 힘을 받는다. 따라서 이 공간은 전하의 존재로 인해 변하게 되고, 그 공간 안에 있는 다른 전하는 그 공간 내에 생긴 뭔가 다른 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전기장은 다른 전하가 그 공간에 들어가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발생한다. 자기장은 움직이는 전하에 의해 발생한다. 이와 같이 전기장과 자기장은 함께 결합해 전자기파를 형성한다.

그림2.1. 전자기파 개념도

전자기파의 전기장과 자기장은 그림2.1 처럼 서로 직교한다. 이와 같이 전자파는 횡파(transverse waves)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두 수직축에 평행한 파동은 선형 편파(linearly polarized waves)라고 한다. 멕스웰은 전자기파의 전파 속도를 계산하고 그 속도가 빛의 속도 c와 같음을 발견했다. 멕스웰은 빛 자체가 전자기파라고 결론지었다.


파동은 파장(wavelength), 진동수(frequency), 에너지(energy)와 같은 정해진 특성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이러한 특성에 따라 특정한 파동의 속성을 정의한다. 파장 λ는 두 개의 인접한 마루 사이의 거리이며, 흔히 센티미터로 나타낸다. 진동수 는 단위 시간에 주어진 지점을 통과하는 마루의 수를 나타낸다. 진동수는 일반적으로 헤르츠(hertz, 사이클 / 초)로 표시한다. 파장과 진동수는 빛의 속도 c 와 다음의 방정식의 관계가 있다.

c = f ㆍλ

앞의 식에서 진동수 f 와 파장 λ 사이의 관계를 구하면 다음과 같다.

f = c / λ 또는 λ = c / f

따라서 진동수는 파장에 반비례한다. 파장이 길수록 진동수는 낮아지고, 파장이 짧을 수록 진동수는 높아진다.

전자기파의 파장과 진동수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다. 이 범위를 전자기 스펙트럼(electromagnetic spectrum)이라고 한다.


그림2.2. 전자기 스펙트럼(출처: 위키백과)

전자기 스펙트럼은 파장이 감소하고 에너지와 진동수가 증가하는 순서에 따라 일반적으로 그림2.2처럼 일곱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멕스웰의 전자기 이론의 결점은 복사의 파동성만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는 광전 효과를 설명할 수 없으며, 복사가 광자로 이뤄졌다고 가정해야만 광전 효과를 이해할 수 있다.

2.4.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

원자는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로, 서로 결합해 우리 주변 세상의 일상적인 물질을 이룬다. 그러나 모든 원자가 동일하지는 않다. 원자들 사이의 차이를 밝히려면 원자가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알아야 한다. 원자의 성분은 아원자 입자(subatomic particles)라고 한다. 1898년, 톰슨(J. J. Thompson)은 음의 전하를 띠는 전자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최초로 발견된 아원자 입자다.
1914년, 러더퍼드(Rutherford)는 원자의 질량과 양의 전하를 띠는 양성자(proton)의 대부분이 원자의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영역을 핵(nucleus)이라고 불렀으며, 음전하를 띠는 전자들이 핵을 둘러싸고 있다고 했다. 또는 이 전자들이 핵 주위를 궤도(orbit)라고 이름붙인 원형 경로에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돈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음전하를 띠고 핵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가 조밀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핵과 전자가 뭉치는 강한 정전기력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는 핵에 위치한 하나의 양성자와 그 주위를 도는 하나의 전자로 구성된다. 요컨데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은 태양계를 본뜬 것이다.
러더퍼드의 모형은 맥스웰이 고전 전자기 이론을 발전시킨 19세기 후반까지 널리 받아들여졌다. 고전 전자기 이론은 속도나 방향, 또는 두 가지 모두가 변화하는 하전 입자(charged particle)가 빛의 형태로 전자기 복사를 방출한다고 가정한다. 러더퍼드의 모형에서 궤도를 선회하는 전자는 계속해서 복사를 방출한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에너지를 잃고 핵에 의해 점점 더 강하게 당겨져 결국 핵과 충돌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전자는 핵으로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또한 복사의 지속적인 방출도 없다. 그와 반대로 에너지 방출은 선 스펙트럼(line spectrum)이라 불리는 불연속적인 파장에 국한되어 있는데, 러더퍼드 모형으로는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2.5. 보어의 원자 모형

보어(Bohr)는 러더퍼드가 원자 구조를 이론에 활용한 고전 물리학 개념들 중 몇가지를 무시했다. 대신 보어는 실험으로 관찰된 사실과 에너지 양자화(energy quantization)라는 플랑크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1913년에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보어는 수소(단일 전자) 원자에 근거해 원자 이론을 발전시켰으며, 다음의 가정을 사용했다.

  1. 원자의 전자들은 양전하를 띠는 핵과 전자 사이 정전기 인력의 영향으로 핵 주위의 원형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이 힘은 궤도를 도는 전자의 속도로 인한 원심력에 의해 균형을 이룬다. 전자의 궤도는 핵으로부터 특정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수소 원자의 전자는 보통 핵과 가장 가까운 첫 번째 궤도에 머물러 있으며, 이를 바닥상태(ground state)라고 한다.

  2. 전자의 에너지는 허용된 궤도에 남아있는 한 일정하게 유지된다.

  3. 전자가 허용된 궤도에서 더 낮거나 높은 에너지 준위로 천이(transition)할 때 복사가 각각 방출되거나 흡수된다. 두 궤도 사이의 에너지 준위차 △E 는 다음과 같다.
E₂ - E₁ = |△E | = hf

전자가 더 높은 (에너지) 궤도 E₂ 에서 더 낮은 궤도 E₁ 으로 이동해 에너지를 잃을 때 손실된 에너지는 광자, 즉 빛으로 나타난다. 방출된 빛의 에너지는 빛의 색상과 관계가 있다. 전자는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도약했을 때 흡수한 만큼의 에너지를 잃는다. 보어는 전자가 더 높은 궤도에서 바닥상태로 돌아가려고 만들 수 있는 모든 도약의 조합으로 수소 원자의 모든 스펙트럼선의 존재를 설명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양자 컴퓨터는 아원자 입자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할 만큼 계산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기존 컴퓨터는 고전 물리학과 뉴턴 역학, 멕스웰의 전자기 이론을 벗어나지 못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뉴턴 역학은 거시적인 물체의 위치와 운동을 정밀하게 설명하는 반면 전자기 이론은 빛과 같은 전자기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거시적인 물체에 관한 뉴턴 역학을 미시적 수준의 물체, 즉 원자 및 아원자 입자에 적용했을 때에는 이론상의 예측과 모순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물리학이 발전하게 됐다. 양자역학은 기본적으로 매우 작은 것을 다루는 물리학 분야다.

2.6.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

입자의 파동성을 입증한 가장 유명한 실험 중 하나는 19세기 초에 있었던 영(Young)의 이중 슬릿(double slit) 실험이다. 이 실험은 빛의 파동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스크린에 두 개의 슬릿(실틈)을 뚫어 단색 광원 앞에 둔다. 빛이 입자로 구성돼 있으면 정확한 슬릿의 위치에 도달한 두 광선만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라면 앞의 경우에 말한 두 광선이 슬릿을 통과하지만 회절, 즉 퍼질 것이다. 스크린에는 한 광선의 마루가 다른 광선의 마루와 만나는 지점도 생길 것(보강 간섭, constructive interference)이고, 마루가 다른 광선의 골과 만나 서로 상쇄되는 경우도 생길 것(상쇄 간섭, destructive interference)이다. 보강 간섭에서는 파동의 위상이 더해져 더 큰 진폭을 갖는 결합 파동을 형성한다. 상쇄 간섭에서는 파동의 위상이 감해져 파동이 상쇄된다. 보강 간섭은 스크린에 밝은 점으로 나타나는 반면 상쇄 간섭은 어두운 점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이중 슬릿 실험은 결혼적으로 빛의 파동성을 입증한다.

이는 20세기 초에 광전 효과 등 빛이 분명히 입자로 구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증거와 역설적이다. 1923년,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의 연구에서는 빛의 입자, 즉 광자가 물질의 입자(전자)와 충돌한 후에 산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단단한 공이 다른 단단한 공과 충돌하듯이 말이다. 광전 효과에서 입사된 광자의 에너지는 전자로 전달된다. 콤프턴은 전자가 광자를 흡수하는 방식 대신 전자와 충돌한 후의 광자 산란을 연구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X선은 매우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다. 콤프턴의 실험에서는 X선을 기체에 쏜다. 입사된 X선에서 나온 일부 광자의 에너지는 입자 충돌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체의 전자에 운동 에너지의 형태로 전달된다. X선에 부딪힌 전자는 퉤어나오거나 더 높은 궤도로 이동한다. 광자는 그 운동량을 전자로 전달하고 더 낮은 운동량으로 산란한다.

콤프턴 산란(Compton scattering)은 전자기 복사가 파동성뿐만 아니라 입자성까지 갖는다는 불가피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빛의 간섭과 회절은 빛이 파동처럼 행동하는 경우에만 설명 가능한 반면 광전 효과와 콤프턴 산란은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 경우에만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빛의 특성은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이라고 알려졌다.
전자기 복사의 이중성에 착안해 1924년, 드 브로이(De Broglie)는 파동이 입사정을 가지므로 이와 대칭으로 입자도 파동성을 가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드 브로이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사용해 파동의 입자성과 입자의 파동성을 결합한 방정식을 도출했다. 이 방성식은 플랑크 상수(매우 작은 숫자)를 광자의 운동량으로 나누면 광자와 연관된 파장을 얻을 수 있음을 보였다.



드 브로이는 이 방정식이 보편적으로 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파동성은 광자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 물질의 모든 입자에서 드러나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전자가 이중 슬릿을 통과할 때 전자는 두 슬릿 뒤에 있는 스크린 위의 서로 다른 두 위치에 겹치지 않는다. 대신 전자는 밝은 띠(보강 간섭)와 어두운 띠(상쇄 간섭)를 생성하는 데, 광자가 생성하는 띠와 똑같은 모습이다. 이는 전자의 파동-입자 이중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증거이다.
1972년에 데이비슨(Davison)과 거머(Germer)는 운동량 p의 전자빔이 생성하는 회절 패턴이 파장이 λ인 파동이 생성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보였다. 요약하면 광자와 전자는 때로는 입자처럼, 때로는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분명히 고전 물리학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계의 아원자 입자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파동 입자 이원성이 함축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해졌다. 몇 년 내에 새로운 물리학이 도입돼 아주 작은 입자의 파동-입자 이중성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이러한 발전은 우주에 내재한 확률론적 성질로 이어졌다.

2.7. 파동 함수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상태를 위치와 운동량이 아니라 파동 함수로 표현한다. 파동 함수는 위치와 시간의 함수로, 해당 입자에 대한 모든 측정 가능한 정보를 포함한다. 파동 함수를 사용하면 계(system)의 미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으나 특정 확률로만 계산할 수 있다.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는 양자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면 이를 파동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알려진 이 등식은 양자 파동 함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인다. 파동 함수는 복소 함수이며, 흔히 문자 Ψ로 표기한다.
에너지 E를 띠는 입자의 파동 함수는 다음과 같은 형태의 파동 함수의 일차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Ψ(x, t) = Aei(kx-ωt)

여기서 A는 파동의 진폭, ω 는 ω = 2πf 로 주어지는 각진동수(angle frequency), k = 2π / λ, x는 위치, t는 시간이다.

k = 2π / λ 이고, ω = 2πf 이므로 다음과 같다.

Ψ(x, t) = Aei(2π(x/λ-t))

λ = h / p 와 E = hf 를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Ψ(x, t) = Aei(2π(px-Et)/h)

마지막으로 (디렉 상수[1]) 를 h / 2π 대신 사용하면 다음과 같다.

Ψ(x, t) = Aei(px-Et)/

입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입자의 파동 함수는 진폭(amplitude)이라고 부르는 복소수를 가능한 각 측정 결과에 할당한다. 막스 보른(Max Born)은 어떤 두 점 사이의 구간에서 |Ψ|² 를 적분하면 입자가 이 두 점 사이에 나타날 확률이 된다는 것을 보였다. 이를 보른의 규칙(Born's rule)이라고 하며, 다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능한 어떤 측정 결과를 얻을 확률은 해당 진폭의 제곱과 같으며, 파동 함수란 바로 이러한 모든 진폭의 집합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다.

확률(x) = |진폭(x)|²

예를 들어, x = 0 과 x = 1 사이의 어디에서 입자를 발견할 확률은 다음과 같다

이를 확률 밀도에 대한 정규화(normalization) 조건이라고 한다. 어떤 수를 생성하든 정의된 구간에서 나와야 하므로, 이 구간에서 밀도를 적분한 합은 1이어야한다.

1927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는 양자 입자에 대해 알려진 것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 또는 indeterminacy principle)로 알려진 그 명제는 양자 역학의 기본 전제 중 하나다. 하이젠 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 입자의 특정 속성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속성을 켤레 속성(conjugate attribute)이라고 한다. 켤레 쌍의 한 속성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다른 한 속성은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 양자 입자에서 가장 중요한 켤레 속성은 위치와 운동량이다. 예를 들면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위치를 더 정확하게 결정할수록 운동량에 관해 알게 될 가능성은 낮아지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측정 기술의 하녜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입자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측정의 불확정성은 측정하는 행위가 측정할 대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위치 측정의 불확정성 △x 와 운동량 측정의 불확정성 △p 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은 관계까 있음을 암시한다.

△xㆍ△p ≥ h


여기서 h 는 플랑크 상수다. 따라서 위치 측정의 정확도를 더 노ㅠ이려면 운동랴 측정의 불확정성이 더 커져야만 가능하며, 반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입자의 위치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 경우 입자 위치의 불확정성 △x 는 0이어야 한다. 즉,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된다. △x 와 △p 의 곱이 고정된 양(플랑크 상수) 이상이어야 하므로, △x = 0 이면, △p는 무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입자의 위치를 알면 입자의 운동량의 불확정성은 무한이다. 즉, 운동량 전체 불확정성이 있게 된다. 반면에 입자가 정지해 있고 입자의 운동량의 불확정성 △p = 0 이면 위치의 불확정성 △x 가 무한대가 된다. 즉, 입자의 위치를 전혀 알지 못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에너지 측정의 불확정성 △E와 경과 시간의 불확정성 △t 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계를 도출했다.

△xㆍ△p ≥ h

2.8. 양자역학의 공준

공준(postulate)은 증명 없이 진실이라고 가정되는 명제인 반면 정리(theorem)는 증명 가능한 참인 명제다. 이 절에서는 야자 공준의 핵심을 일곱 가지 공준으로 기술한다. 이 공준은 물리계와 양자역학의 수학적 얼개 사이를 연결한다. 공준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물리계는 내적을 갖는 복소 벡터 공간(힐베르트 공간)에 대응된다. 이러한 공간을 계의 상태 공간(state space)이라 한다. 상태 공간의 단위 벡터는 해당 상태 공간의 물리계를 나타내며, 이를 상태 벡터(state vector)라고 한다. 상태 벡터는 계에 대해 알려진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

  2. 물리계의 모든 관측량(측정 가능한 성질)은 해당 계의 상태 공간에 작용하는 에르미트 연산자(Hermitian operator)로 표현된다. 양자계에 수행되는 어떠한 측정도 반드시 계와 관측자 간의 상호작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관측량을 측정해 측정 결과 λ 를 얻으면 측정으로 인해 이 계는 고윳값(eigenvalue)이 λ 인 연산자의 고유벡터(eigenvector)인 상태로 남는다. 

  3. 어떤 양자 상태에서 고윳값 λ인 관측량을 측정하는 확률은 다음과 같다.

    prob(λ) = |<α | λ>|²

    여기서 |α>는 고윳값이 λ인 대응되는 에르미트 연산자의 고유벡터다.

  4. 동일한 상태 벡터를 갖는 계에서 측정해서 나온 결과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결과의 확률만 알 수 있다.

  5. 측정 가능한 양 Q 의 기댓값(expectation value)은 동일한 상태 벡터 |u>를 갖는 다수의 계에서 Q를 측정할 때 얻을 수 있는 값의 평균으로 정의된다. <u|u> = 1 로 주어지며, 기댓값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한다.

    <u|Q|u>

  6. 복합 물리계(composite physical system)의 상태 공간은 성분계(component system)의 상태 공간의 탠서곱이다.

  7. 시간에 따른 양자계의 변화는 유니타리 변환(unitary transformation)으로 기술한다.

[1] 디렉 상수: 플랑크 상수를 특별히 광자에 대하여 사용할 때 사용된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https://namu.wiki/w/플랑크 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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