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2일 목요일

"양자비트와 양자암호" 요약 - 3장. 빛, 파동, 진동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면 양자의 개념이 필요하고, 양자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빛과 그 외의 다른 파동 현상 몇 가지를 간략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3.1. 파장, 위상, 간섭

빛은 약 초속 30만km 를 이동하는 횡파이다. 횡파에서 중요한 개념은 파장과 진동수이다. 빛의 속력과 진동수, 파장은 다음의 관계를 갖는다.

(빛의) 파장 = (빛의) 속력 / (빛의) 진동수

1초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수면을 막대기로 두드리면 물 위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골과 마루가 반복되는 수면파가 형성된다. 만일 수면파의 진행속도가 1초에 2m 라고 하면, 파동은 막대기로 두 번째 칠때까지 2m 를 진행하므로 파장은 2m 가 된다. 만일 1초에 두 번씩 친다면 두 번째 파동이 생성되는 동안 처음 파동은 반만 생성되므로 두 번째 파의 마루 사이의 거리, 즉 파장은 1m 가 된다. 즉, 수면파의 파장은 위의 식처럼 진동수와 반비례하며 속력에는 비례한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1㎜의 천분의 일보다 작다. 빛은 파동성을 가지므로 슬릿을 통해 빛을 갈라지게 하고 다시 갈라진 파동을 한 곳에 모아서 합성 시킬 수 있다.  이것이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인데, 이 실험의 결과로 스크린 상에 밝고 어두움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나타나는 얼룩무늬가 생긴다. 이 결과를 이해하려면 위상과 간섭이라는 개념과 조금은 친해질 필요가 있다.

그림3.1. 위상이 같은 파동

그림3.2. 위상이 다른 파동

위상(phase)은 같은 파장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두 개의 파를 순간적으로 포착한 형태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두 개의 막대기를 동시에 같은 리듬으로 수면을 두드려서 두 개의 파동이 생성되었다면, 위 그림1 처럼 처음 파동이 마루가 될 때 두 번째 파동도 마루가 된다. 이 경우 위상이 같다고 한다. 이와 달리, 그림2 와 같이 두 파동의 골과 골, 그리고 마루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두 파동은 상대적 위상을 가지며 그 값은 그림(b)의 점선 사이의 거리가 된다.

그림3.3 파동의 위상각

위상각을 기하학의 각과 연관지어 사용하는 이유는 머리속에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나타나는 파동은 대부분 사인(sine) 형태가 된다. 예를 들어 위 그림처럼 어떤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막대를 한 방향에서 투영시키면 그 궤적은 사인함수의 형태가 된다. 막대가 처음에 가리키던 방향과 현재 막대가 가리키는 방향이 이루는 각을 위상각(phase angle)이라고 하고, 위상각이 90도일때 투영의 길이는 최대값이 되고, 180도에서는 0이 되며, 270도에서도 반대방향으로 최대값에 도달한다. 수학적으로, 막대가 투영되는 길이는 위상각 사인 값과 막대의 길이를 곱한 값이다.

두 파동사이의 위상차를 알았으므로 두 파가 만나 합성되는 경우를 알아보자.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두 개의 파동이 서로 간격을 좁히다가 교차되는 경우, 두 파의 위상이 같으면 그 파동은 동시에 골과 골이, 마루와 마루가 일치하게 된다. 이 경우 합성된 마루와 골은 각각의 값을 단순히 더하면 된다. 이와 반대로 두 파동의 위상이 180도 차이가 나는 경우 한 파는 마루가 다른 파의 골에 겹치게 되므로 서로 상쇄된다. 진폭이 같은 파동의 위상차가 180도인 경우 파동의 합은 모든 교점에서 0이 되어 파동이 사라지게 된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에서 슬릿을 통과한 두 빛은 같은 위상이 되며, 위상차는 0이다. 그러므로 스크린의 중앙은 두 빛의 진폭이 더해져서 가장 밝은 점이 된다. 다음으로 스크린의 중심으로부터 작은 거리를 이동한 점에서는 한 파동이 다른 파동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진행해야 하므로 파동의 상쇄가 나타나며, 정확히 180도의 위상차이를 가지는 부분에서 첫 번째 어두운 줄무늬가 나타난다.

영의 실험에서 파동의 합성으로 인해 상쇄되거나 보강되어 생기는 얼룩 무늬 패턴은 빛의 전기장과 관련된다. 만일 슬릿으로부터 오는 파의 진폭이 1이라면, 어두운 위치에서의 스크린상의 진폭은 0이다. 반면의 밝은 곳의 빛의 밝기는 1+1=2 로 진폭이 2배가된다. 실제 관찰되는 빛의 밝기는 전기장에 완전히 비례하지 않고, 전기장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단일 슬릿으로부터 진폭이 1인 균일한 빛을 받은 위치보다 두 번째 슬릿을 통과하는 파가 함께 도달하는 밝은 무늬의 세기는 2² = 4 로써 4배가 된다.

3.2. 결맞음

지금까지의 파동은 위상차가 일정한 경우에 한정하였으나,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빛의 위상은 위상차가 일정하지 않으며 그 값이 매 순간 변화한다. 따라서 0 ~ 360도 사이의 가능한 값 사이에서 마구잡이로 결정되고, 상대 위상은 스크린 상의 모든 위치에 나타난다. 위상의 변화가 충분히 빠르다면 우리의 눈은 실제로 빠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스크린 전체가 일정하게 평균적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게 된다.

영의 실험에서 보통의 전구를 사용한다면 간섭무늬는 사라진다. 왜냐하면 전구나 촛불은 서로 결맞지 않은(incoherent) 빛이기 때문이다. 전구나 촛불은 광원의 서로 다른 부분으로부터 오는 파동이 마구잡이 값의 위상을 갖는다.

전구나 촛불에서 직접 나오는 빛이 간섭되게 하려면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하기 전에 한 개의 작은 슬릿 판을 놓아두면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광원으로부터 오는 빛의 작은 부분만을 선택하여 그 부분이 서로 결맞도록 만들면 파동의 위상이 같아진다. 단일 슬릿으로부터 오는 빛은 회절 격차에 의해 부채꼴로 퍼지게 되며 더 좁은 간격의 슬릿에 의해 더욱 많이 퍼지게 된다. 단일 슬릿 판으로부터 충분히 먼 거리에 이중 슬릿을 놓아두면 영의 간섭 무늬를 재현할 수 있다. (단, 전구나 촛불에 의한 빛은 많은 색깔의 빛, 즉 서로 다른 파장을 포함하며, 각각의 파장들은 얼룩무늬의 간격이 다르므로, 광원이 결맞는 경우라도 그 무늬가 다소 불분명해진다. 그냥 레이저포인터를 쓰자.

한편 광원 내에서 다른 위치에 의한 결맞음이 아닌 파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 가에 관계된 결맞음을 시간 결맞음(temporal) 이라고 하며(종파에 해당), 앞서 설명한 공간 결맞음(횡파에 해당)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시간 결맞음은 생성된 파동이 방해받지 않고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에 달려 있다.

3.3. 편광

빛의 편광은 파동이 진동하는 전자기장의 방향에 해당한다. 빛의 자기장의 크기는 전기장보다 훨씬 더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자기장은 거의 무시된다. 빛의 전기장이 위아래로 진동하면 그 빛은 "수직 편광되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수평 편광은 전기장이 좌우로 진동하는 것을 말한다. 수직 편광과 수평 편광은 아래 그림4 처럼 도식한다.

그림3.4. 편광 도식

두 개의 광파는 합성될 수 있다. 파장이 같은 두 개의 파동의 위상이 같으면 합성파의 진폭은 각 파동 진폭의 두 배에 해당하며 이것을 중첩의 원리(principle of superposition)라고 한다. 위상과 파장이 같으면서 한 파동은 수직 편광되어 있고, 한 파장은 수평 편광되어 있는 경우에는 두 파장은 그림5 와 같이 벡터 합성된다.

그림3.5. 편광된 광파의 벡터 합성

특정 편광을 갖는 광파는 반파장판이라는 광학소자로 만들 수 있으며, 그림6 과 같이 수직 편광을 수평 편광으로 90도 회전될 수 있다. 빛의 편광에 대해 파장판을 어떤 방향으로 놓느냐에 따라 편광벡터가 회전될 것이다.


그림3.6. 파장판의 편광 회전

그림7 은 편광분리기(polarizing beam-splitter)로, 수평 편광은 그대로 통과하지만, 수직 방향이면 90도 편향된다. 파장판과 분리기를 함께 사용하면 실제로 광 스위치와 같은 기능의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 즉, 파장판을 사용하여 빛이 직선으로 가게 하든지 아니면 90도로 편향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림3.7. 편광 분리기

그림8 은 45도 회전한 파장판을 통과하여 대각선으로 편광된 광파가 분리기를 통과하는 모습이다. 

그림3.8. 대각선 광파가 분리기를 통과

분리기를 통과한 수평 편광과 수직 편광은 원래 대각선 광파가 가진 진폭(빛의 세기)의 1 / √2 를 가지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진행한다. 빛의 세기는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다시 두 성분을 합하면 1/2 + 1/2 = 1 인 대각선 방향으로 편광된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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