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4일 토요일

"양자비트와 양자암호" 요약 - 4장. 자연 현상의 새 흐름

4.1. 절망 속의 마지막 행동

양자(quantum)는 막스 플랑크(Max Planck)가 흑체(black body) 복사 연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연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흑체는 모든 복사선을 흡수하는 물체이며, 어떤 온도에서 특정 파장의 스펙트럼을 가지는 복사선을 방출한다. 흑체가 복사하는 파장은 물체의 온도에만 의존하여, 400 ℃ 정도 이하의 온도에서 복사선의 대부분은 1 ㎛ 이상의 파장을 갖는 비가시 영역의 복사선이므로 검은색으로 보여서 흑체라고 부른다.

흑체 복사의 스펙트럼을 추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온도일 뿐이다. 예를 들면 5,000 ℃ 근처에 있는 흑체는 오렌지 빛에 해당하는 0.6 ㎛ 정도의 파장에서 가장 강한 복사선을 방출한다.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파장은 더 짧은 쪽(노란색과 청색)에 가까워지다가 더 높은 온도에서는 가시 영역의 모든 빛이 합쳐진 백색광 복사선을 방출한다. 

플랑크는 전자기파와 열역학(물체의 온도와 에너지를 설명할 수 있는 분야)을 이용하여 특정 온도에서 흑체 복사를 계산하려 하였는 데 좀처럼 실험적인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을 발견할 수 없었다. 플랑크가 기술한 표현 그대로, "절망 속의 마지막 행동"으로 흑체 안에 포함된 빛 에너지를 알갱이처럼 여기고, 어떤 기본 단위(h = 플랑크 상수)의 정수 배라는 가정을 한다.

4.2. 광자 다발

1905년,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금속의 표면에 여러 파장과 세기를 가진 빛을 쪼이고 그 효과를 알아보는 광전 효과 실험을 발표한다. 광전 효과의 실험 결과는 당시의 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해낼 수 없었다. 첫 번째, 금속에 빛을 비추는 순간 곧바로 전자들이 방출되는 현상은 전자기 이론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전자기 이론에서 금속 표면의 전자를 방출하려면 전자들에게 충분한 에너지가 전달되어야 하므로 빛이 쪼여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어야 한다. 둘째로, 전자를 방출하기 위해 필요한 빛은 세기와 전혀 무관하고 단지 파장에만 관계되었다. 빛의 세기를 증가시겨도 더 많은 전자들을 방출시킬 뿐 튀어나오는 전자들의 에너지가 증가하지 않았다. 빛의 파동 이론에 의하면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일정한 파장의 빛을 쪼여주는 경우, 축적된 복사선은 전자들에게 충분히 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이러한 파동 이론으로 광전 효과를 설명할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양자화 개념을 통해 두 가지의 수수께끼를 즉시 풀 수 있음을 알았다. 빛이 작은 입자, 즉 광자(photon)라면, 광자들은 금속에 부딪치자마자 즉시 금속으로부터 전자를 방출시킬 수 있다. 또 광자의 에너지가 진동수에 비례하여 커진다고 가정하였다. 이를 수식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E = hv

위 식에서 E 는 광자들의 에너지, v 는 진동수, h 는 플랑크 상수[1]이다. 1ℓ 의 물을 실온에서 끓게 만들려면 대략 340,000J 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5 x 1014 ㎐ 진동수의 빨간 빛을 내는 광자들은 매우 작은 에너지인 3.3 x 10-19 J 정도이다. 그러므로,  1ℓ 의 물을 끓게 하려면 대략 1024 개의 광자가 필요하다.

4.3. 불확정성 원리

아인슈타인의 가정은 광전 효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20년 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는 소위 한 쌍으로 관측되는 위치와 운동량이 양자 세계에서는 정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한다. 즉, 하나의 관측량에 대해서 정확히 알게 되면 다른 관측량에 대해서는 더 알 수 없게 되는 원리이다.  이 공식은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xㆍ△p ≥ h / 4π

위 식에서 △는 관측량에 대한 불확정도를 나타내며, x 와 p 는 각각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이다. 이 방식은 원리적으로 어떤 측정에도 적용되며 심지어 자동차의 위치와 동력에 대한 측정에도 적용될 수 있으나, 플랑크 상수가 매우 작아서 일상 생활의 거시적인 물체에 대해서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한 조건을 무시할 수 있다.

4.4. 원자를 본 적이 있는가?

과학계는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이 빛의 양자화 개념을 물리학에 도입한 20세기에 들어서야 원자가 물질의 근본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에 대한 논문이다. 원자들을 직접 보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다른 효과들로부터 원자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유추하는 것은 가능하다. 몇 년 뒤에 장 페랭(Jean Perrin)은 아인슈타인의 가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였다.

원자(Atoms)라는 단어는 분해할 수 없다는 그리스어 어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기본입자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원자는 양성자(proton)와 전자(electron), 그리고 중성자(neutron)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에 대한 초기 모형은 전자의 발견자인 조셉 존 톰슨(Joseph J. Thomson)이 양성자들로 이루어진 빵 반죽덩어리에 전자라는 건포도가 박혀있는 구조로 가정하였으나, 얇은 금속 박막에 전자를 충동시키는 실험에서 원자들의 대부분이 금속 박막을 단순히 통과할 뿐, 포획되거나 편향되는 것이 극히 드물어서 원자의 내부가 건포도가 박힌 빵의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전자 충돌 실험 이후 1909년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는 전자 대신 방사능 물질에서 방출되는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로 비슷한 충돌 실험을 진행하였는 데, 대부분의 알파 입자들은 얇은 금속을 통과해버리고, 아주 일부의 알파 입자들(약 8천개 중 하나)만 입사된 경로로 되튀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논리적으로, 입사된 입자들이 대부분은 빈 공간을 통해 통과되어 지나가지만 그 중 몇 개만이 아주 단단한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여, 전자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들과 같이 핵 주위를 돌고 있고 그 사이에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원자 모형을 주장하였다.

4.5. 안정성의 문제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은 당시 전자기학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였다. 진동하거나 여기 상태의 전자들은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원자 속에 있는 전자의 원 궤도 운동은 2차원 진동과 같다. 따라서 전자들은 연속적으로 전자기 복사선을 방출하고, 점점 운동이 느려지게 될 것이다. 전자들이 속도가 느려지면 더 이상 핵 주위에서 안정된 궤도로 회전할 수가 없고 결국에는 원자핵으로 떨어지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전자가 모든 에너지를 잃기 전에 얼마나 오랫동안 원자핵 주위를 회전할 수 있을지 계산하였으며, 그 시간은 1초보다 훨씬 작은 시간 안에 전자는 핵과 충돌해야만 했다. 결국 러더퍼드 모형의 안정된 원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닐스 보어(Niels Bohr)는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을 보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보어는 전자가 핵 주위에서 어느 궤도에서든지 가능한 것이 아닌 몇 개의 허용된 궤도에서만 원운동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이 가정은 요한 발머(Johann Balmer)가 수소 스펙트럼선에 대한 공식을 발견하면서 그 타당성이 인정되었다.

원소마다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특정한 파장이 있으며, 원자마다 갖는 스펙트럼은 1802년 윌리엄 울러스턴(William Wollaston)과 조셉 프라운호퍼(Joseph Fraunhofer)에 의해 발견되었다. 프라운호퍼는 태양 빛인 백색광을 프리즘으로 분리시킬 때 몇 개의 색갈의 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관찰하였다. 60년 이후 로베르트 분젠(Robert Bunsen)과 구스파트 키르히호프(Gustav Kirchhoff)에 의해 띠들이 각 원소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였으며, 프라운호퍼선이라고 명명하였다. 프라운호퍼선은 태양 스펙트럼에서 특정 파장은 흡수됨으로써 검은색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어떤 물질을 태울 때의 밝은 선의 방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발머는 수소원자 스펙트럼을 조사하면서 모든 파장에서 정수비가 포함되는 공식을 발견하였다. 이후 보어는 정수를 포함하는 러더퍼드 모형의 고정된 궤도 값들을 찾았다. 보어는 원자 속의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즉 운동량과 궤도 반지름을 곱한 값이 반드시 플랑크 상수의 정수배가 되어야 한다고 가정하였다. 이러면 원자 내에서 전자가 에너지를 방출하여 핵에 포획되는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으며, 전자가 하나의 허용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도약할 때마다 h의 정수배만큼 복사선이 방출되어 가장 낮은 궤도로 도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보어의 수소 스펙트럼 공식에 대한 파장과 발머의 공식은 완벽하게 일치했고, 러더퍼드 모델에서 양자적인 가정을 통해 수소 스펙트럼선을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자들이 어떻게 안정한 궤도에 존재할 수 있는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양자화 상태에서 기저 상태(ground state)란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를 말하며 그 이하의 상태에서는 전자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에너지 준위의 불연속성은 빛의 양자 단위의 값과도 일치한다. 전자가 한 준위에서 다른 준위로 이동할 때 전자는 광자를 방출하거나 흡수하고 그 광자의 에너지는 정확하게 두 준위 사이의 에너지 준위의 차이와 같다. 오늘날에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는 현상은 물리학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졌다.

1925년 조지 패짓 톰슨(George Paget Thoson, 상기 조셉 존 톰슨의 아들)은 반대로 전자가 파동처럼 나타나는 실험을 발표하였다. 톰슨은 고체 격자의 표면에 전자들을 쏘아 여러 방향에서 반사된 전자의 수를 측정하였는데, 어떤 특정 각도에서 전자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전자들이 파동과 같이 전파되어 고체 내의 다른 원자 면에 의해서 반사되어 간섭무늬를 만든 것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빛의 파동에 의한 영의 이중 슬릿 실험과 거의 유사한 결과이다.

전자가 파동적 성질을 가지듯이 다른 무거운 입자들도 파동성을 가질 수 있다. 1924년 루이 드브로이(Louise de Broglie)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어떤 무거운 입자도 파동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이러한 물질파(matter wave)에 대한 공식을 유도했다.

λ = h / p

위 공식의 물질파 파장 λ 는 입자의 특성을 나타내는 운동량에 반비례한다. h 는 플랑크 상수이다. 실제로 자동차나 탁자와 같은 일상생활의 모든 물체에 대해 나타나는 파장은 대단히 작다. 예를 들면 시속 100 mile 로 날아가는 야구공에 대한 드브로이 파장은 2 x 10 -34m 로 원자핵에 비해서도 너무나도 작은 값이다. 이 논문은 아인슈타인에게 극찬을 받는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개념은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에 의해 더욱 발전되어 파동 함수(wave function)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시간과 공간의 한 점에서 입자를 발견할 확률은 파동함수의 제곱을 취하며, 이는 전자기장의 제곱이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것과 유사성을 갖는다.

[1] 플랑크 상수의 물리량 : 6.63 x 10-34 Jㆍs. 1912년 로버트 밀리컨(Robert Millikan)이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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