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6일 월요일

"양자비트와 양자암호" 요약 - 5장. 놀라운 발견들

양자 효과를 이용하려면 양자의 거동에 대해 알아야한다. 양자 역학을 깊게 연구할 필요는 없고 우리의 관심 분야인 양자 암호나 양자 계산을 이해할 정도의 양자 현상 몇 가지를 간단하게 살펴본다.

5.1. 다시 영의 실험으로

광자는 빛의 기본 단위 양자이고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을 광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하나의 광자만을 통과시키는 첫 번째 스크린을 통과한 광자는 두 번째 스크린의 두 개의 슬릿을 보게 되고, 광자는 어떤 슬릿을 통과할지 선택을 할 것이다. 한번 선택을 한다면 세 번째 스크린으로 달려가 어느 점에 부딪힐 것이며, 그 점에서 인화지는 검게 될 것이다. 다음 광자들도 상황은 같으나 세 번째 스크린에는 조금 다른 위치에 부딪칠 수도 있다. 결국 첫 번째 스크린에서 한 개의 광자들만 통과시킨 이중 슬릿 실험은 간섭 무늬를 만들지 못한다.

5.2. 광자는 어떤 경로를 택하는가?

이중 슬릿 실험에서 광자가 간섭 무늬를 만든다면 대체 무엇이 서로 간섭하는 것일까? 첫 번째 스크린을 통과한 광자는 하나이므로 가능한 대답은 광자 스스로 홀로 간섭을 일으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쉽게 납득할 만한 설명은 아니지만 수 많은 실험을 통해서 간섭은 항상 일어났다. 이중 슬릿 장치에서 하나의 광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직접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양자역학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다. 다시 말해, "어떤 광자가 슬릿을 통과할 때 어느 경로를 택했는가?"라는 질문은 양자역학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광자가 지나갈 때 표시를 해주는 검출기를 두 슬릿에 각각 설치한 경우라면 "어떤 경로를 택했는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검출기 때문에 실험에서는 간섭무늬가 사라지게 된다.

광자는 스크린에 도달하기 전에 이중 슬릿의 1번 슬릿을 통과할 가능성과 2번 슬릿을 통과할 가능성의 중첩상태에 있다. 중첩의 원리는 앞으로 양자 역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므로 몇 가지 다른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편광분리기의 축에 45도 편광된 많은 광자로 이루어진 빛이 입사된다고 하자. 하나의 광자가 분리기에 입사된다면 수직 편광일까? 수평 편광일까? 항상 전체적인 계산은 빛을 파동으로 생각할 때 얻어지는 결과와 같아야 한다. 이 실험에서 광자는 두 개의 상태로 중첩되어 있다. 두 상태를 각각 "광자가 수직 편광이다." 와 "광자가 수평 편광이다."로 표시할 때, 간편하게 디랙 기호로 나타낸다. 디랙 기호는 폴 디랙(Paul Dirac)에 의해 사용된 기호로 기호 "|"와 ">" 사이에 대상 명칭 또는 적당한 약자를 사용하면 된다.

|H>  // 광자가 수평 편광이다.
|V> // 광자가 수직 편광이다.
|광자> = |H> + |V> // 광자가 수평 편광과 수직 편광의 중첩 상태에 있다.

이는 편광 벡터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양자 상태를 '힐베르트 공간(Hilbert space)' 이라 부르는 추상 공간의 벡터들로 나타낸다. 힐베르트 공간은 양자 입자의 특성의 개수를 차원으로 갖는 다차원 추상 공간이다.

5.3. 멀리 떨어진 관계

양자역학은 확실성보다는 불확실성과 확률을 많이 다룬다.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광자가 수평과 수직 편광의 중간 상태에 있다는 것이고, 어느 한쪽 슬릿에 검출기를 설치한 경우 광자를 검출할 확률이 정확이 50%라는 것이다. 45도 편광의 상태 벡터는 |V>와 |H> 의 합의로 표시되며, 양쪽 부분의 비율이 같다. 일반적으로 비율이 다른 경우를 포함하여 아래와 같이 표시한다.

|광자> = a * |V> + b * |H>

위 식에서 a 와 b 는 광자의 편광 벡터를 나타내는 임의의 값들이다. 예를 들어 b 가 0이면 완전한 수직 편광이며, a 가 0이면 수평 편광이다. 계수 a 와 b 로 부터 두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앞 포스팅에서 언급한 파동 함수와 같이, 양자 상태들의 중첩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확률은 그 상태 계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수직으로 편광된 광자를 발견할 확률은 a², 수평 편광의 광자를 발견할 확률은 b² 이다.

한편, 수평이나 수직 편광의 광자를 발견할 전체 확률은 1이므로, a² + b² 은 1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평과 수직 편광이 같은 확률로 일어난다고 하면 a = b = 1 / √2 가 되므로, 이 상태는 아래의 식으로 쓸 수 있다.

(|H> + |V>) / √2

대각선 편광을 이루는 두 성분의 세기를 더하면 반드시 1이 되는 것을 규격화 조건(normalization)이라고 한다. 모든 위치에서의 확률 또는 각 진폭의 제곱이나 계수의 제곱을 모두 더하면 1이 되어야 한다.

한 개의 광자가 아닌 두 개의 광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광자1이 수평 편광되어 있고, 광자2가 수직 편광되어 있는 경우를 기호로 쓰면 다음과 같다.

|H>₁|V>₂ 

두 광자가 복합되어 있는 상태도 뒤에 다른 상태를 붙여서 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자1이 수평과 수직 편광의 중첩 상태이고, 광자2가 수평 편광 상태로 되어 있다면 복합 양자 상태는 아래와 같다.

(a * |H>₁ + b * |V>₁) * |H>₂

위 상태에서 광자1의 편광상태를 측정한다면 당연히 수평 편광될 확률 a² 와 수직 편광될 확률 b² 으로 나타낼 수 있다. 광자2는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만일 광자1의 측정 결과가 수평 편광이면 측정 후의 상태는 아래와 같다.

|H>₁|H>₂

두 광자 상태를 중첩시키고, 두 상태 |H>₁|V>₂ 와 |V>₁|H>₂ 를 단순히 더하면 아래와 같다. 

(|H>₁|V>₂ + |V>₁|H>₂) / √2

괄호 뒤의 계수는 상태가 규격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두 번째 광자의 편광 상태를 측정하면, 중첩 상태에 포함되는 "광자2가 수직 편광이다" 와 "광자2가 수평 편광이다" 중 하나가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광자2의 두 상태는 연결된 광자1과 특별한 상태가 된다. 즉, |V>₂ 는 |H>₁ 와 한 조이고, |H>₂ 는 |V>₁ 와 한 조이다. 그러므로, 광자2에 대한 측정이 수직 편광이 되면 최종 상태는 아래와 같다.

|H>₁|V>₂

반면에 광자2가 수평 편광된 것으로 측정된다면 그 상태는 아래와 같다.

|V>₁|H>₂

이제 두 번 측정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첫 번째 측정에서 광자2에 대한 측정 결과가 수직 편광인 경우 광자1은 분명히 수평 편광일 것이다. 광자1과 광자2의 복합 상태에서 |H>₁ 상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두 번째 측정에서 광자2에 대한 측정 결과가 수평 편광이면 광자1의 측정 결과도 항상 "광자1은 수직 편광이다"가 된다.

위와 같은 상태를 얽힘(entangled) 현상이라고 한다. 얽힘 상태에 있는 광자들의 위치는 언급되지 않는다. 두 광자들이 매우 먼 거리로 떨어져 있을지라도 광자2를 측정하면 광자1에 영향을 미친다.

얽힘을 처음 지적한 물리학자는 아인슈타인이다. 1935년 그의 공동연구자 보리스 포돌스키(Boris Podolsky), 나단 로젠(Nathan Rosen)과 발표한 논문은 위와 유사한 내용이다. 얽힘 상태에 있으며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입자의 상태를 측정한다. 첫 번째 입자를 측정함과 동시에 두 번째 입자는 어떤 양자상태에 있는지 결정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원거리 유령(spooky at a distance)라고 표현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어떤 물체든 어떤 정보든 빛보다 더 빠를 수 없기 때문이다. 중력도 아주 먼거리에서 작용되는 원격적인 힘이 아니라 곡률이 있는 공간의 근본적 특성으로 설명하였다. 지금까지도 "자연은 정말로 비국소적인가?" 라는 철학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나, 다행히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1960년 존 벨(John Bell)은 얽힘을 통해 자연이 실제로 국소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어떤 사건 사이의 상호관계를 측정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1981년 아리안 아스펙트(Alain Aspect) 와 그의 동료들은 벨의 가정을 실험으로 증명했고, 결국 얽힘 현상은 받아들어야 할 개념이 되었으며, 얽혀 있는 양자 입자들은 아주 먼 거리에서조차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두 입자의 얽힘 상태는 벨 상태(Bell state)라고 알려져 있다. 위에서 언급된 벨 상태 외에도 3개의 다른 얽힘 상태가 존재하며, 전체 4개의 벨 상태는 다음과 같다.

(|H>₁|H>₂ + |V>₁|V>₂) √2
(|H>₁|V>₂ + |V>₁|H>₂) √2
(|H>₁|H>₂ - |V>₁|V>₂) √2
(|H>₁|V>₂ - |V>₁|H>₂) √2

위 첫 번째 상태식에서 광자1과 광자2는 항상 같은 편광이고, 두 번째 상태식에서는 편광 상태가 서로 다르다. 마지막 2개의 상태식들은 두 번째 항 앞의 마이너스(-) 부호를 제외하고는 처음 두 개와 동일하다. 이 마이너스 부호는 반대 위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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