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5일 일요일

"양자비트와 양자암호" 요약 - 12장. 꿈인가 실제인가?

2003년 MIT 기술회보(MIT Technology Review)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10가지 기술"에서 양자암호를 소개했고, 2007년 컴퓨터 세계(Personal Computer World)란 잡지는 "미래의 10가지 기술" 중의 하나로 양자컴퓨터를 지목하였다. 양자정보는 미래의 기술 응용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실험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다. 이 장에서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분석한다.

12.1. 과거

양자정보의 역사에서 양자암호로 발전될 아이디어는 스티브 위즈너(Steve Wiesner)[1]가 시작했다. 이어 10년동안 급속하게 퍼져 양자역학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1970년 '짝 암호화(conjugate coding)'를 고안할 당시 위즈너는 브랜데이즈 대학의 학부생이었다.

위즈너가 위조 지폐의 유동을 막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한 짝 암호를 간단히 알아보자. 각 지폐에 광자로 구성된 양자 일련번호(quantum serial number)를 인쇄하고 이를 작은 상자에 넣어 잠궈놓는다. 수평이나 수직 편광된 광자들이 들어 있는 이 상자는 일려번호가 각각 1과 0이 된다. 그 이외의 상자들은 ±45도로 편광된 광자들이 포함된다. 위조범은 복사를 위해 일련번호를 알아내려 할 것이고 각 상자의 기본 기저를 갖게 되지만 받은 기저의 반은 올바르지 않다. 그러므로 위조된 지폐는 자릿수의 약 4분의 1이 올바르지 않게 된다. 이는 10년 후 발전된 BB84 프로토콜과 비슷하다.

위즈너의 논문은 과학 저널지에서 거절되었으나, 다행히 위즈너의 동료인 찰스 베네트(Charles Benett)는 위즈너의 아이디어를 지지하였고, 나중에 베네트도 양자암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12.1.1. 파인만의 입력
1981년 MIT의 에디콧 하우스에서는 "물리학 그리고 계산"을 주제로 회의가 열렸고,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기조연설을 하였다. 그 연설은 후에 "시물레이션 물리학"이란 제목으로 연구 저널에 실렸으며, 내용은 컴퓨터로 양자역학적 세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것이었다. 파인만은 "보편적 양자 시뮬레이터"를 가정한다면 가능하다고 하였으나, 불행히도 1988년 병으로 세상을 떠나 더 발전될 수 없었다.

1984년 찰스 베니트와 질 브라사드가 양자키 배분에 대한 프로토콜을 논문으로 발표하였으며, BB84 프로토콜로 유명하게 알려진다. 5년 후 그들의 예상치 못한 실험 성공은 세계의 많은 연구 그룹들이 양자 암호 실험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데이비드 도이치는 1984년 왕립학회 회보에 파인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보편적 양자 컴퓨터에 대한 논문을 게재하고, 양자적인 특정을 나타내는 비트를 큐비트라고 하였다. 큐비트는 '0'과 '1'의 양자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이치는 중첩 상태의 큐비트가 CNOT 게이트로 입력될 때, 게이트의 출력은 제어와 출력 큐비트의 결과로 정확히 분리될 수 없음을 보였다. 그것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도이치는 양자역학 법칙을 기초로한 양자 컴퓨터는 고전적인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예를 들어 그는 균형 함수와 상수 함수를 단 한 번에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고안하였다. 이는 처음으로 양자병렬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병렬성이란 양자 컴퓨터가 여러 개의 입력 값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양자컴퓨터를 사용한 양자 중첩 상태의 최종 결과는 하나의 계산만 처리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져다준다.

양자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실제적인 돌파구가 열린 것은 피터 쇼어가 소인수분해의 알고리즘에 대한 논문을 출간한 1994년 무렵이다. 소인수에 대한 고전적 알고리즘은 수의 길이가 증가할 때마다 지수함수적으로 처리속도가 감속되는 반면 쇼어의 알고리즘은 수백 개의 자리수를 처리하는 시간이 수천 년에서 두세 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대단한 능률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로브 그로버는 비구조화된 목록에서 제 시간 안에 원하는 항목을 찾는 검색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그로버의 알고리즘은 목록의 항목수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고, 제곱근에 비례하게 된다.

양자컴퓨터의 잠재적인 영향력이 명확해지자 이런 막강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앞다투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병렬적 실험이 이루어진 이후로 이온트랩에서부터 양자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12.2. 현재[2]

디빈센쪼는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역사적으로 1950년대의 전자컴퓨터 상황과 비슷하다고 답하고 있다. 1947년 트랜지스터가 처음 발명되고, 점점 고밀도화되어 18개월마다 컴퓨터의 속도가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시작되었다. 1950년 당시의 컴퓨터는 무게가 수톤에 달했다. 양자계산의 현 주소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아직 이삼십년이나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관점에서는 1950년대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1950년대에는 트랜지스터가 이미 개발되어 있었으나, 현재 양자 컴퓨터는 트랜지스터와 같은 적합한 장치가 아직 없으며, 어느 과학자도 양자컴퓨터를 발전시킬 만한 확실한 기술이 발견되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양자점이나 초전도 겁합점과 같은 기술이 향상된 면도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처 발견되지 않는 양자 논리게이트나 다른 적합한 양자 회로 시스템이 정말로 존재할 수도 있다.

1950년대에도 유체 펌프를 이용한 공기압 컴퓨터 제작에 투자했듯이 현재에도 잘못된 기술에 투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1940년대의 고전컴퓨터 개발 시대와 유사하다고 보는 쪽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적합한 신기술이 발견되는 약간의 행운이 함께 한다면 양자컴퓨터의 개발을 이루어낼 수 있다. 현재 새로운 기술은 이삼 개월마다 제안되고 시험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내 질소 빈자리 결함을 기초로 한 연구가 계획되고 있다. 다이아몬도는 탄소분자의 큐빅 격자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질소와 브롬과 같은 몇 개의 다른 분자들을 이 구조에 합성시켜서 특수한 색깔을 띠는 불순물이 첨가된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몇 개의 탄소원자들을 격자구조로부터 이탈하게 만들 수 있는 데 소위 빈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가끔 빈자리는 불순물의 옆자리에 발견될 수 있으며, 만일 질소 불순물이 빈자리 옆에 바로 위치한다면 탄소원자 사이의 화학결합에 포함되지 않는 전자들은 과잉으로 남는다. 이 전자들은 '스핀 위'와 '스핀 아래'를 갖는 화합물을 만들어 큐비트 제작에 적합하다. 이러한 '다이아몬드 큐비트'의 제어는 마이크로파를 사용하여 과잉으로 남는 전자들을 |0> (스핀 위) 와 |1> (스핀 아래) 상태 사이에서 전환되게 한다. 레이저 빛을 다이아몬드에 쪼이면 전자들의 상태에 따라 많이 혹은 적게 빛을 흡수하며 이를 통해 큐비트의 값을 읽게 된다. 다이아몬드 큐비트의 결맞지 않는 시간은 50㎲ 정도인데 일반적인 초전도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3]. 또한 질소 빈자리 결함과 이웃하는 질소 분자의 빈자리가 없는 결함도 '가상광자'에 의해 서로 결합되므로 두 개의 큐비트 게이트를 실현하는 데 중요하다.

12.3. 미국고등기술연구처(ARDA)의 기술개발계획안(roadmap)

양자계산과 양자암호는 비록 아직 기본적인 연구에 머물고 있지만, '파격적인 기술'로서 인정되는 점에서 물리학의 다른 연구와 비교해서 차이가 있다. 비밀을 지키거나 도청하는 데에 강력한 기술인 양자정보 분야는 한번 기술이 성공되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정부나 첩보기관이 매우 관심있게 그 진보를 주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정보공동체 재정기관(미국무부와 CIA를 포함한 16개 미정부기관)인 고등기술연구처(ARDA, 현재는 기술혁신국, DTO로 불린다)의 중장기 발전방안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 발전 방안의 초기 안은 2002년에 마련되었고, 2004년에 갱신되었으며, 2007년 다시 갱신 예정이었다. 이 문서들은 현재 이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망라하고 미래에 달성해야 할 현실적인 목표를 정의한다. 현재 이 ARDA 발전 방안의 시간 지평선은 2012년이다. 다시 말해 2012년까지 양자 알고리즘을 시험할 수 있는 정도의 양자 컴퓨터가 가동되어야 하며,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는 적어도 50큐비트 정도는 되어야 오차보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12.4. 양자 시뮬레이터

오늘날 컴퓨터의 위력은 바로 유연한 적응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장치로 문서편집, 게임, 영화 감상까지 할 수 있다. 만일 매번 다른 것을 하려 할 때마다 기계의 배선을 바꿔야 한다면 컴퓨터의 매력은 덜할 것이다. 융통성 많은 컴퓨터에 이미 익숙해져서 양자컴퓨터에서도 같은 일이 행해지기를 바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가까운 미래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첫째로 수 많은 양자컴퓨터의 알고리즘은 한계를 드러낼 것이며, 가까운 시일 내 새로운 알고리즘을 발견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알고리즘은 많은 수학적 문제와 소인수와 데이터베이스 검색의 방법을 전환시킬 수 있다. 둘째는 한 종류의 문제만 다룰 수 있는 '단순한' 컴퓨터가 유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기예보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컴퓨터로 체스나 소설을 쓰지 못해도 대단히 유용한 컴퓨터이다. 현재 보편적인 양자컴퓨터의 실행을 위해 연구되는 기술들은 양자계의 거동만을 집중하여 처리하게 될 '양자 시뮬레이터(quantum simulator)'의 구축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리처드 파인만이 제안한 것으로 통상의 컴퓨터에서 계산할 수 없는 양자계의 거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이다.

특별히 많은 입자를 포함하는 양자계는 고전적인 컴퓨터로는 시뮬레이션이 어렵지만, 양자컴퓨터는 어떤 알고리즘의 속도를 지수함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고전컴퓨터는 양자계의 크기가 커질수록 처리 속도가 지수함수적으로 감소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는 두세 개 정도의 큐비트를 가지고도 동시에 "0"과 "1"의 수백 개의 가능한 조합으로 중첩 상태에 놓일 수 있으나[4], 고전컴퓨터는 계산과정 동안 이런 모든 과정을 다 추적해내야만 한다. 이 과정은 많은 메모리 용량을 요구하고 처리 속도를 심각하게 증가시킨다.

양자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한가지 가능성은 9장에서 다룬 광학격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연구그룹들이 고체 상태의 계의 양자적인 거동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고온 초전도체의 신비의 베일을 벗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5. 상업적 가치가 있는 계

2007년 2월 13일 캐나다의 D-Wave 사의 "오리온(Orion)"이라는 양자 컴퓨터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양자컴퓨터가 수도쿠(sudokus) 퍼즐을 풀고 파티의 좌석을 배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았으나, 이 후 그 컴퓨터는 박물관에 없고 인터넷을 통해 원격조정된다고 하였다. 회사의 대변인은 그 양자컴퓨터의 16개 큐비트가 작은 초전도체의 루프로 만들어졌으며, 두 방향의 전류로부터 |0> 과 |1> 의 중첩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08년까지 512큐비트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였는 데, 이는 당시 다른 실험실의 목표의 50배에 해당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리온이 최초의 상용 양자컴퓨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D-Wave 사가 자세한 기술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두세 개의 큐비트를 가지고 씨름하는 동안 16개의 큐비트 기계를 만들었다는 기술의 세부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D-Wave 사가 가장 어려운 기술로 알려진 결읾음(decoherence)을 극복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면 기술보호의 명목으로 외부 공개를 꺼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D-Wave 사가 2007년 초에 그들이 양자컴퓨터를 증명하기 사용했던 문제는 지금 다른 평범한 컴퓨터로도 짧은 시간 안에 풀 수 있다. 이 말은 오리온이 양자컴퓨터일 수도 있지만, 세계 도처의 수 백명의 과학자들이 실패한 분야에서 홀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을 아직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자계산의 상용화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반면 양자암호는 이미 실제화되고 있다. 스위스의 Idequantique 사, 프랑스의 SmartQuantum사, 미국의 MagiQ 사의 세 회사는 이미 상업적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고, IBM, Toshiba, HP 사 등도 그들이 개발한 시스템의 상용화를 수행하고 있다.

12.6. 미래

"컴퓨터와 암호에 일어나고 있는 양자물리학의 혁명"이라는 이 책의 부재가 현재형 시제를 사용한 이유는 명확해졌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며, 미래의 아주 희미한 암시 정도이다. 지금부터 이삼 년 안에 이 책에서 설명한 많은 실험들이 고대 역사와 같이 될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책을 탈고 하며 저자는 "광학격자의 원자들로 구성된 SWAP 양자게이트의 실현"에 대한 기사를 보았는 데, SWAP 게이트는 CNOT 게이트와 비슷하므로 양자컴퓨터를 구축하는 기본틀로서 사용될 수 있다. 또, "서로 단일한 광자의 교환을 통해 소통되는 초전도체의 큐비트"에 관한 기사도 보았다. 이 두 개의 기사들은 양자컴퓨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하지만, 그 둘은 매우 다른 '하드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큰 돌파구에 해당하는 새로운 발견이 양자 컴퓨터의 미래를 결정하기 까지는 다각적으로 시도되는 실험적인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험과 발견이 하나의 견해로서 끝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추측은 어렵다. 미래에 대해서는 더욱더 어렵다"라고 하였듯이, 양자정보에 대한 흥분된 시대가 가진 미래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이제 여러분이 이 속도를 즐기기 바란다.

[1] 스티븐 위즈너(Stephen Wiesner) 가 맞아 보인다.  아래 위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Stephen_Wiesner
[2] 현재라고 하지만 책이 출간된 날짜는 2010년 4월이다.
[3] 문맥상 "다이아몬드 큐비트의 결맞지 않는 시간" 보다는 "결맞음 유지 시간" 이  맞아 보인다.
[4] 각 큐비트의 위상을 수직-수평 편광 뿐만 아니라, 미세한 각도까지 편광, 측정이 가능해야 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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